출처 : NGO연구 제6권 제1호(2008): 105~141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와 지역거버넌스

 

박재목 (충남대학교 사회학과)

 

Ⅰ. 문제의 제기

 

Ⅱ. 거버넌스와 지역 거버넌스

 

Ⅲ. 지역 거버넌스의 사례 검토

1. ‘외생적’ 지역 거버넌스의 사례
1)지방의제21추진협의회

(1)설치 및 운영의 개요

(2)성과와 한계

2)지역혁신협의회
(1)설치 및 운영의 개요

(2)성과와 한계

 

2. ‘내생적’ 지역 거버넌스
1)대포천 살리기 운동
(1)대포천 살리기 운동과 ‘자발적 협약’의 개요

(2)성과

(3)강점 요인의 분석

2)시화지역지속가능발전협의회
(1)협의회의 구성과 운영

(2)성과

(3)강점 요인의 분석

 

Ⅳ. 맺음말: 대안적 지역거버넌스의 모색

앞에서 우리는 ‘외생적’ 거버넌스와 ‘내생적’ 거버넌스의 사례들을 각각 2개씩 검토하였다. 검토된 사례들은 의도적으로 선정되었고, 그 사례의 수도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위에서 행한 검토 결과로부터 지역 거버넌스에 관한 일반화된 명제를 도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살기좋은 지역사회 만들기’를 위한 지역 거버넌스를 만들어 나가는 데 고려해야 할 시사점들을 위 검토 결과로부터 도출하는 데 그치고자 한다.

‘외생적’ 거버넌스의 경우, ‘내생적’ 거버넌스에 비하여 제도화의 수준이 높고, 지역사회 엘리트층을 광범위하게 참여시키고 있다. NGO를 비롯한 민간부문의 참여 통로도 크게 열려있는 편이다. 이런 점에서 거버넌스의 개방성의 수준은 결코 낮지 않다. 그러나 참여가 형식적으로 이루어지는 경향이 있어 참여의 질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지방의제21추진협의회의 경우에는 지자체가 예산 지원 등 제한적인 역할만을 수행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고, 기업 측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지역혁신협의회의 경우에는 관주도로 운영됨으로써 다른 민간 부문의 역할이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또한 ‘외생적’ 거버넌스의 경우, 목표 달성의 수준도 높지 않다.
지방의제21추진협의회의 경우에는 시민단체의 과제 수행을 위한 창구 역할 수행 등 관례화된 사업을 수행하기는 하지만, 궁극적 목표인 지속가능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역의 수준에서 정착시키는 데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지역혁신협의회도 혁신발전계획 심의 등 소극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는 하지만, 지역발전의 비전을 만들고 혁신 주체간의 네트워킹을 주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데는 미흡하다. ‘외생적’ 거버넌스가 갖는 이러한 한계는 기본적으로 의제 자체가 ‘외생적’인 데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속가능한 발전’이나 ‘자립적 지방화’라는 의제가 중앙 또는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기 때문에 지역사회 수준에서는 의제 자체에 대한 이해의 수준이 낮고, 합의의 기반이 허약하며, 그 결과 지역 내부의 추동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관급식
(官給式) 또는 중앙 공급식 의제로는 활력 있는 거버넌스 운영을 기대하기어렵다고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내생적’ 거버넌스의 경우에는 개방성과 참여성의 수준이 높을 뿐만 아니라 효과성도 높은 편이다. 물론 앞에서 검토한 사례들이 모두 널리 알려진 성공 사례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이러한 평가를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의제 자체가 지역사회 특유의 문제로부터 도출될 경우, 의제에 대한 이해와 합의의 수준이 높고 적극적인 참여도 가능하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특히 지역운동을 통해 의제가 결정(結晶)화된 경우, 운동을 통해 거버넌스의 단계에서 자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토착적 리더십과 네트워크가 보육될 수 있다. 대포천 살리기 운동의 경우에는 토착적 리더십이 자율규제체제를 만들어 내는 데 크게 기여했고, 시화지역협의회의 경우에는 특정인의 리더십보다는 시화호연대회의의 활동을 통해 형성된 시민단체간의 네트워크가 지속적 운영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하여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위한 지역 거버넌스 구축의 방향을 제시해 보겠다.

 

첫째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가 활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고유의 토착적 의제가 발굴되어야 한다. 이것은 지역 주민의 삶과 밀착된 문제를 의제화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중앙정부가 지원 대상지역을 선정하기 위한 공모 절차의 일부분은 재검토될 필요가 있다. 공모 방식을 취하는 경우, 지역들은 타 지역과 의 경쟁을 의식하여 계획전문가들을 동원하여 계획서를 작성하게 되는 바, 이 과정에서 의제의 토착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경우, 공모방식은 지역 간 경쟁이 아니라 계획전문가 또는 용역 회사 간 경쟁을 나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로, 거버넌스의 원리를 살리기 위해서는 추진기구의 운영은 가능한한 관주도로부터 탈피해야 한다. 이것이 시민사회의 활력과 창의성을 흡수하고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길이다. 추진기구가 관주도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의제를 설정하고 추진 기구를 조직화하는 단계에서부터 민간부문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앞에서 검토한바 있는 지역혁신협의회의 경우, 위원을 지자체가 단독으로 선정한 경우가 많은데, 이러한 조직 구성 방식 때문에 협의회의 전문성과 혁신성이 떨어지게 되었다는 지적이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초기에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개방화된 임시작업집단(working group)을 구성하여 이 집단이 의제 설정과 추진기구의 인선을 맡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셋째로, 중앙정부와 지자체간의 역할 분담과 협력체계의 구축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자체는 수평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재원 조달에 있어서는 중앙정부의 기여가 있어야 한다. 지방자치의 역사가 오래된 ‘영국의 경우에도 중앙정부가 여전히 국가 자원의 배분과 국민복지증진 차원에서 핵심적인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차미숙, 2002: 60).


넷째로, 거버넌스의 원리에 따라 운영되는 기구에서도 리더십은 고려되어야 한다. 전문성, 혁신성, 도덕성, 권위, 통합 능력 등의 다양한 리더십의요소 중에서 어느 한 가지를 특별히 중요하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오늘날 지역사회에도 보수와 개혁, 개발과 보전, 선호하는 정치집단 등을 둘러싸고 다양한 균열구조가 자리 잡고 있음을 고려할 때 통합 능력은 빼놓을 수 없는 리더십의 요소라 할 수 있다.

 

다섯째로, 획일적인 제도화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제도화는 거버넌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운영에 필요하지만, 법 제정 등을 통해 획일적으로 제도화하는 방식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지역혁신협의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획일적인 제도화는 지자체로 하여금 또 하나의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여섯째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를 위한 거버넌스는 합의형성체제이면서 동시에 공동학습체제이어야 한다. 자발적인 참여와 소통을 통해서 민주적인 합의형성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러한 ‘과정’이 내용을 보장해주지않기 때문에(정규호, 2002: 22) 공동학습을 통해 ‘살기 좋은 지역’에 대한 전망과 전략을 공유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곱째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효율적인 지역 거버넌스의 형성을 위해서는 지역 공동체의 복원 또는 창출이 요구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지역 만들기와 관련해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체 복원론(이재열, 2006; 최병두, 2006;윤일성, 2006)에서 강조되고 있듯이, 공동체는 단순히 지역 주민간의 돈독한 정의적 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야기되거나 필요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논의하고 협의하기 위한 의사소통과 합의에 도달하기 위한 공론의 장’(최병두, 2006: 90)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서 말하는 공동체는 곧 사회 자본(social capital)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공동체적 관계와 사회 자본은 농촌 지역의 경우에서 보듯이 혈연, 지연, 학연 등에 의해 ‘주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지역, 특히 도시지역의 경우에는 시민운동 또는 주민운동을 통해서 형성된다. 그런 점에서 지역 만들기 운동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지역운동이 활성화된 지역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겠다.


요컨대,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지역의 자발적인 의지가 결집되어 지역의 고유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해가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지역사회는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자원을 경쟁적으로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 온 반면에 자기 주도적 지역발전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데는 익숙하지 못하다. 이렇게 된 데는 지방자치의 경험이 일천한 탓도 있겠지만, 그 동안의 중앙 공급식 지역발전 추진방식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일종의 타성도 한 몫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살기 좋은 지역만들기’는 이러한 타성으로부터 벗어나는 지방자치의 혁신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고 이러한 혁신의 시작은 민간부문의 활력을 흡수할 수 있는 문자 그대로의 ‘좋은’ 거버넌스의 구축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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