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수행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출처 : NAVER캐스트

 

2006년 1월 초 <뉴욕타임즈>를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에는 티벳불교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Dalai-Lama XIV, 1935~)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달라이 라마가 신경과학회(The Society for Neuroscience) 2005년 정례 학술발표회에서 ‘뇌의 가소성’이라는 제목으로 기조연설을 했는데 강연의 요지는 명상 수련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신경과학 같은 첨단 분야에서 불교지도자를 초빙해 명상에 대한 강연을 들었다니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명상에 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진 것은 1993년 미국 국립보건원(NIH) 산하의 대체의학연구소(OAM)에서 명상 연구에 공식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한 이후부터다. 2009년 한국을 방문한 미국 하버드대 의대 크리스토퍼 거머(Christopher Germer) 교수는 “마음챙김(mindfulness)이라는 불교의 명상수행법이 미국에서 심리치료에 널리 확산돼 있으며 심리치료가의 40% 이상이 이 명상법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매년 명상 관련 논문 1200여 편이 심리학이나 의학 학술지에 발표되고 있다.


명상 수행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출처: gettyimages>

 

 

명상에 따른 뇌파의 변화

뇌파. <출처: (CC)Hugo Gambo at Wikipedia.org>


명상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난다. 뇌의 활동은 기본적으로 전기적 활동이다. 뇌에 자극이 오면 뇌속에 있는 신경세포들은 전기적 펄스를 낸다. 이러한 펄스가 모여 특정한 형태로 나타난 것을 뇌파(EEG)라고 부른다. 뇌파는 수백만 개의 뇌세포가 보여주는 활동이 합쳐진 파형으로 5가지 유형이 있다. 과학자들은 뇌파의 변화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다.

 

초당 1~4의 주파수를 보이는 매우 느리고 불규칙한 뇌파가 델타(δ)파다. 델타파는 잠을 잘 때 나타나는 수면파다. 초당 4~8의 느린 주기를 보이는 뇌파인 세타(θ)파는 각성과 수면 사이를 반영한다. 흔히 세타파가 우세할 때 사람들은 깊은 통찰력을 경험하기도 하고 창의적인 생각이나 문제해결력이 솟아나기도 한다. 세타파는 유쾌하고 이완된 기분과 극단적인 각성과도 관련이 있고 동시에 어떤 일을 수행하겠다는 의도성과 관련이 있는 뇌파다.

 

초당 8~13의 주기인 알파(α)파는 안정 상태 때 나타난다. 쾌적하고 마음이 편안할 때 보이는 뇌파가 바로 알파파다. 초당 13~30의 주파수를 가진 베타(β)파는 대체로 눈을 뜨고 생각하고 활동하는 동안 나타나는 뇌파다. 정상적 인지기능이나 불안 또는 흥분과 관련된 정서상태 또는 각성상태일 때 나타나는 뇌파가 베타파다. 쉽게 말해 생각이 많거나 걱정을 할 때 베타파가 두드러진다. 초당 40 정도의 빠른 주파수를 보이는 감마(γ)파는 깊은 주의집중이 이뤄질 때 또는 자비심을 가질 때 특징적으로 잘 나타난다.

 

위에서 언급한 뇌파 가운데 특히 명상하는 동안 나타나는 뇌파가 세타파다. 오랫동안 명상을 수행한 사람은 명상을 하지 않는 평소에도 세타파를 쉽게 보여줄 수 있다. 다시 말해 임의대로 세타파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일반인들도 어떤 통찰이나 창의적인 생각이 일어나는 순간 세타파를 경험한다. 

 

실험에 따르면 어려운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가 해결책이 발견되는 순간 세타파가 일어난다고 한다. 즉 세타파 발생은 어떤 통찰이나 직관적 깨달음이 일어날 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세타파의 출현은 뇌속에서 일산화질소(NO)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발생하는 것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명상은 세타파를 발생시켜 인지기능을 높여주는 것 외에 신체적 실행능력도 탁월하게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운동 경기에서 대기록을 수립한 사람들은 경기 도중 명상과 비슷한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즉 세타파가 발생해 고통, 피로감, 실패에 대한 공포감 등 온갖 생각이 사라지고 최고 경지의 쾌감만이 뒤따른다고 한다.

 

최근에는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장치가 활용되면서 명상이나 이완, 또는 일반적인 휴식상태에서 일어나는 두뇌 활동의 실체를 실시간으로 밝힐 수 있게 됐다. 즉 fMRI는 특정한 순간 뇌의 여러 부위로 혈액이 흘러가는 모습을 정확하게 보여줌으로써 순간순간 뇌의 어느 부위가 활동하고 있는가를 알아볼 수 있게 해 준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내과 허버트 벤슨(Herbert Benson) 박사팀은 집중명상 때 나타나는 ‘안정과 동요’라는 심리적으로 서로 모순되는 상태가 어떻게 뇌속에서 일어나는가를 fMRI를 통해 밝혔다. 집중명상이란 특정한 대상(불교에서는 ‘화두’라고 부른다)에 정신을 집중한 채 수행하는 명상법이다. 안정과 동요 현상은 명상도중 통찰이 일어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즉 과거부터 지속돼 오던 정신적 또는 정서적 타성이 깨지는 순간 촉발된다는 것이다. 집중명상으로 통찰에 이를 때 나타나는 fMRI 데이터를 분석해보면 뇌의 전반적인 활동성은 줄어들지만 혈압, 심장박동, 호흡의 조정과 관련된 뇌 부위의 활동성과 주의집중, 공간-시간 개념이나 의사결정과 관련이 있는 뇌 부위의 활동성은 오히려 증가해 있다.


운동 경기에서 대기록을 수립한 사람들은 경기 도중 명상과 비슷한 무념무상의 상태에 이른다고 한다. 지난 대구육상세계선수권대회의 한 장면이다.

 

이처럼 명상하는 동안 평소 머리를 아프게 해 오던 난제가 풀리는 통찰적 상황이 일어나면 뇌 대부분의 활동은 줄어들지만(잡념이 줄어든다는 뜻), 주의나 각성을 담당하는 뇌 부위나 평화와 이완감을 담당하는 뇌부위의 활성은 오히려 증가하므로 ‘안정과 동요’의 상황이 일어난다. 이는 선(禪)에서 언급하는 성성적적(惺惺寂寂)의 상태를 신경과학적으로 입증한 셈이다.

 

휴식할 때와 명상할 때 정서를 자극하는 소리를 들려줄 때 나타나는 뇌의 반응을 나타내는 fMRI 데이터. 일반인(명상 초보자)은 휴식 때나
명상 때나 별 차이가 없지만 명상 수행자는 큰 차이가 난다.

 

 

명상하면 좌뇌 전두엽 활성화

긍정적인 감정상태에서는 왼쪽 전전두피질이 더 활발하고 부정적인 감정상태에서는 오른쪽 전전두피질이 더 활발하다. 뇌파(알파파) 강도의 좌뇌와 우뇌 차이를 표현한 이미지로 왼쪽 전전두피질이 더 활발하다. 명상 수행자들이 보이는 패턴이다.


사람들이 불안이나 분노, 우울과 같은 불쾌한 감정을 느낄 때 활성을 보이는 뇌 부위는 편도체와 우측 전전두피질이다. 반대로 낙천적이고 열정에 차 있고 기력이 넘치는 긍정적 감정상태에 있을 때는 좌측 전전두피질이 활기를 띠게 된다. 미국 위스콘신대의 리처드 데이비슨(Richard Davidson) 박사는 평상시 좌우 전전두피질 사이의 활동성을 비교하면 개인의 기분 상태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해, 오른쪽 전전두피질이 활발해지면 불행과 고민이 많아지고, 왼쪽 반구가 활발해지면 행복해지고 열정에 찬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오른쪽 전전두 쪽으로 활동성이 기울어져 있는 사람은 임상적으로 우울이나 불안장애를 보인다.

 

데이비슨 박사는 1만~5만 5000시간 명상수행을 해온 티베트 승려 175명을 대상으로 fMRI를 촬영한 결과 한 사람의 예외도 없이 좌측 전전두엽의 활동이 우측 전전두엽에 비해 우세함을 발견했다. 이처럼 오랜 명상수행은 뇌의 활동성을 바꿔놓아 행복한 마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보통 사람들도 명상을 하면 좌측 전전두엽의 기능이 우세해지고 우울감이 행복감으로 바뀐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심리학자 사라 라자 박사팀은 법관과 언론인 등 지식인을 대상으로 하루 40분씩 짧게는 2달, 길게는 1년 정도 명상을 하게 했다. 그 결과 이들은 스트레스가 감소돼 기분이 좋아지고 사고가 명료해졌다고 대답했다. 또 어려운 상황에 놓여도 흔들리지 않고 주의 초점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흥미롭게도 fMRI로 조사한 결과 자비심과 행복감을 담당하는 뇌 부위가 0.1~0.2mm 더 두꺼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명상으로 뇌의 구조까지 바뀐 것이다.

 

미국 매사추세츠의대 존 카밧진(Jon Kabat-Zinn) 박사는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에 기반을 둔 스트레스 감소 프로그램(MBSR)을 개발했다. 집중명상이 특정 대상에 주의를 모으는 것과는 달리 마음챙김 명상은 지금 이곳에 나타나는 그 무엇이든, 그것이 소리이든 신체 감각이든 나타나는 그것에 초점을 두고 알아차린다. 즉 감각 경험에 대한 생각보다는 감각 경험 그 자체에 주의를 기울인다. 마음속에 어떤 생각을 일으키기 않고 오직 지금 이곳에 나타나는 것만 살피기 때문에 불필요하게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

 

카밧진 박사는 하루 3시간 1주일 간격으로 8주 동안 행하는 프로그램을 스트레스가 심한 한 생명공학 회사의 직원들에게 실시했다. 피험자들은 그 전에 불교에 관해 전혀 알지 못한 명상 초보자들이었다. 마음챙김 명상을 수련하기 전 이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불평했고 실제 감정 결정점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 있었다. 그러나 프로그램이 끝날 무렵 이들의 감정은 긍정적인 영역인 왼쪽으로 옮겨갔고 동시에 기분도 개선됐다. 그 결과 하는 일에 열정적이고 불안 없이 참여할 수 있었다고 보고했다.

 

또 하나 유익한 발견은 명상이 면역기능도 강화시킨다는 점이다. 즉 마음챙김 명상을 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독감 바이러스를 주사하고 난 뒤 혈액 속에 형성된 항체의 양을 조사한 결과 명상을 하지 않은 사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독감에 걸리더라도 명상을 한 사람들이 증세가 가벼웠다. 이는 감정의 결정점이 왼쪽 전두엽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사람일수록 면역수치가 더 높다는 결과와 일맥상통한다.

 

지난해 미국 UC데이비스의 클리포드 샤론(Clifford Sharon) 박사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명상은 수명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염색체의 말단에는 텔로미어란 부분이 있다. 세포가 분열하면 텔로미어가 점점 짧아지는데 결국 사라지면 세포는 더 이상 분열하지 못하고 죽는다. 그런데 세포는 텔로미어의 단축을 지연하는 수단을 갖고 있다. 텔로머라제라는 효소다. 텔로머라제 유전자가 활성화되면 짧아진 텔로미어를 복구해 노화를 늦출 수 있다.

 

연구자들은 3개월 동안 하루 6시간씩 집중적으로 명상을 한 집단과 명상을 하지 않은 집단의 텔로머라제 활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명상을 한 집단의 텔로머라제 활성이 평균 30% 더 높았다. 연구자들은 명상이 스트레스를 낮춰 세포노화를 늦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11시간의 짧은 명상으로도 자기조절에 관여하는 앞쪽 대상회(4가지 색) 백색질에서 변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명상이 자기조절능력을 높이고 정신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배경으로 보인다.

 

 

청소년 ADHD에 효과 클 듯

신체의 갑작스런 변화로 충동과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심할 경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기도 한다. 명상은 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데 유용할 것이다.


2000년대에 들어와 명상이 스트레스 관련 질환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캐나다 캘거리대 의대 스펙카(Michael Speca) 박사팀은 암환자 집단에 명상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기분장애와 스트레스 수준이 유의미하게 경감된다는 것을 보고했다. 이러한 변화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6개월 후에도 지속됐다.

 

미국 애리조나대 심리학자 샤피로(Francine Shapiro) 박사팀은 유방암 환자에게 명상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수면의 질이 향상됐음을 발견했다. 이때 명상 시간이 길수록 수면 후의 상쾌함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과 강박신경증, 자기애적이고 경계성인격장애인 환자들도 정신치료와 함께 명상프로그램을 병행하면 정신치료만 받는 경우보다 치유효과가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필자도 지난 수년 동안 국내에서 수백 명을 대상으로 8주 동안 명상프로그램을 실시했고 그 결과를 여러 차례 학술대회나 학회지에 발표한 바 있다. 명상을 한 환자들은 두통, 요통, 견비통 등의 만성 통증이 개선되고 불안, 우울, 공황 등의 심리적 증세가 개선됐다.

 

유방암과 전립선암 환자의 경우 불면증이 줄어들고 삶의 질이 나아지는 걸 관찰했다. 일반인들도 불안, 우울, 강박감, 민감성, 적개심, 공포감 등의 부정적 정서가 줄어들어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사회에서 명상이 큰 도움이 될 집단 4곳을 꼽는다면 먼저 만성질환으로 시달리는 환자와 그 가족들이다. 만성질환은 몸 뿐 아니라 마음까지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학교다. 신체의 갑작스런 변화로 충동과 욕망을 억제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은 심할 경우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를 보이기도 한다. 명상은 이들이 넘치는 에너지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돌리는 데 유용할 것이다. 일터의 스트레스 또는 일자리가 없어 오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데도 명상이 도움이 될 것이다. 끝으로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해 방황하는 노인들에게 명상은 보람있는 여생을 설계하는 데 동반자가 될 것이다. 

 

흔히 명상은 특정 종교나 지역에 국한된 수행법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학에서도 ‘행복학’이라는 명상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에서는 심리학자 벤 사하르(Tal Ben-Shahar) 박사가 개설한 행복한 강의에 학부 학생의 20%가 몰려들어 화제가 됐다. 행복이란 객관적 지표에 이르렀을 때 얻는 게 아니라 주관적으로 느끼는 만족감이다. 몸과 마음은 하나이다. 마음이 건강해지면 몸도 건강해진다. 규칙적인 운동과 명상, 충분한 수면과 건강한 식습관, 즐거운 마음가짐이 행복으로 가는 고속도로다. 하루가 다르게 복잡해지는 현대사회에서 명상이 주목받는 이유다. 

 

 

 

장현갑 / 영남대 명예교수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서울대 심리학과, 영남대 심리학과 교수를 역임했다. 명상과 의학을 접목한 통합의학의 연구와 보급에 앞장섰다. ‘마인드플러스 스트레스 대처 연구소’ 소장으로 있다.



자료제공과학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