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역의 희망 건축 '종이튜브 건축'


ㆍ반 시게루, 건축계 노벨상 ‘프리츠커상’


세상에서 집이 가장 필요한 사람은 누구일까. 집이 없는 사람, 그중에서도 당장 몸 누일 곳이 없는 사람들이다. 르완다의 난민들, 지진으로 판잣집마저 무너져버린 아이티의 이재민, 일본과 인도의 재난 피해자들. 일본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반 시게루(坂茂·56)는 바로 이런 사람들에게 다가가 집을 지어준다.

반이 이 같은 공로로 매년 인류와 환경에 중요한 공헌을 한 건축가에게 주는 프리츠커상의 올해 수상자로 24일(현지시간) 선정됐다.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인 이 상은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린다. 상을 주관하는 미국 하얏트 재단은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 고객을 위한 우아하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인도주의적 노력으로 확대해온 인물”이라며 “그는 세계의 재난지역을 찾아다니며 주민과 자원활동가들, 학생들과 손잡고 피해자들을 도왔다”고 설명했다.


도쿄 태생인 반은 미국 쿠퍼유니언건축대학 등에서 공부하며 미국의 유명 건축가 존 헤이덕을 사사했다. ‘집짓기’의 기본요소를 중시하는 헤이덕의 건축론을 물려받은 반은 자재를 노출시키거나 기존 공법에서 무시돼온 새로운 소재로 기하학적 디자인을 강조한 건물들을 지었다. 무엇보다 그를 특징짓는 것은 집짓기에 쓰일 수 없다고 생각돼온 재료들을 이용해 부수고 다시 지을 수 있는 건축물을 제작한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종이다. 그는 종이가 생각보다 단단하며, 어디에서든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종이집 만들기를 시작했다. 일례로 2001년 그가 지은 인도 아흐메다바드의 이재민 주택은 얼핏 보면 통나무를 이어붙여 만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집은 나무가 아니라 종이를 말아 만든 기둥들로 돼 있다.

과감한 소재 선택과 그의 인도주의적 관심사가 만난 것은 20년 전이다. 1994년 르완다 내전이 일어나 수백만명이 목숨을 잃거나 난민이 됐다. 반은 유엔난민기구와 협력해 포장용 상자의 판지를 말아 만든 종이튜브로 임시 보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돈이 적게 드는 데다, 가뜩이나 남벌이 심각한 곳에서 나무를 자르지 않아도 돼 친환경적이었다. 유엔난민기구는 그전에는 주민들에게 집을 지을 알루미늄 기둥과 플라스틱 판을 지급했다. 하지만 배고픈 난민들은 집을 짓는 대신 값비싼 알루미늄을 시장에 내다팔곤 했다.

이듬해 일본 고베 대지진이 일어나자 반은 스펀지를 종이판지 사이에 끼운 패널을 만들고 맥주캔 운반용 플라스틱 판과 모래주머니로 건물을 지었다. 한 채에 20만엔도 들지 않았고 또 언제라도 뜯어서 재활용할 수 있었다. 1999년 터키, 2001년 인도 구자라트 지진 때에도 그의 아이디어가 활용됐다. 터키의 경우 종이튜브 집으로는 혹독한 추위를 견뎌내기 힘들었으며, 인도는 너무 덥고 습했다. 반은 여러 재질의 종이를 섞어 만든 튜브로 터키 임시주택의 보온성을 높이고, 인도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는 대나무로 바꿔 기후에 대응했다.

2010년 아이티 지진이 일어나자 반은 곧바로 카리브해로 날아갔다. 건축가로서뿐만 아니라 구호활동가로서 그의 능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는 먼저 이웃한 도미니카공화국을 방문해 건축학 전공자와 학생들을 조직한 뒤 아이티로 가 이재민들과 함께 방수처리된 이동식 가옥을 지었다. 미국 하버드대 건축학대학원 등 그의 네트워크가 총동원돼 이재민 구호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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